수익성 의문과 ‘제 식구 감싸기’식 생태계… 꺼지지 않는 AI 거품론의 그늘

수익성 의문과 ‘제 식구 감싸기’식 생태계… 꺼지지 않는 AI 거품론의 그늘

엔비디아가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음에도 시장의 시선은 마냥 따뜻하지 않다. 오히려 역대급 성과가 발표된 직후 주가가 흔들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월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이 단순한 우려를 넘어 구조적인 의구심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실제 현금 흐름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론,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끼리 서로의 매출을 만들어주는 기형적인 ‘순환 경제’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트렌치코트 속 세 사람’… 기형적인 순환 거래의 함정

최근 AI 산업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의 핵심은 이 시장이 건전한 외부 수요보다는 내부자들끼리의 거래로 지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여론과 일부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트렌치코트 하나를 세 개의 회사가 같이 입고 있는 꼴”이라거나,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인 ‘우로보로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겉보기에는 거대한 생태계가 조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서로의 인프라 구축 비용을 대주고, 미래의 사용권을 선구매하며 계약서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순환 거래’의 메커니즘은 꽤나 정교하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나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가 유망한 AI 스타트업이나 클라우드 기업에 자금을 투자한다. 투자를 받은 기업은 그 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약정을 맺는다. 결국 기업의 장부에서 나간 투자금이 돌고 돌아 다시 해당 기업의 매출로 잡히는 구조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최근 “우리는 점점 더 서로의 고객이 되어가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업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단기적인 매출과 주가를 부양할 수는 있어도, 실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거품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두고 “AI 생태계의 순환성이 짙어지면서 거품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경고했다.

540조원 쏟아부었는데… 요원한 수익화 시점

투자 규모는 이미 천문학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4대 빅테크의 올해 자본지출(CAPEX) 예상액만 총 3700억 달러(약 540조원)에 달한다. 고성능 칩과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투입된 비용 대비 수익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예상되는 AI 투자로 2030년까지 10%의 수익이라도 내려면 관련 업계는 매년 6500억 달러의 매출을 추가로 올려야 한다. 이는 전 세계 15억 명의 아이폰 사용자가 한 명도 빠짐없이 매달 약 35달러를 지불해야 달성 가능한 비현실적인 수치다.

오픈AI의 경우 올해 매출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막대한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수적인 전력과 부지 확보라는 물리적 제약까지 겹치며 수익 창출 시점은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의 토드 카스타뇨 연구원은 현재의 상황을 “경제적 가치 창출 없이 수요와 기업 가치만 부풀리는 롤러코스터”라고 꼬집었다.

빚으로 쌓아 올린 인프라와 낙관론의 줄다리기

더 큰 뇌관은 기업들이 막대한 부채를 끌어다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GPU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거나, 미래의 클라우드 사용권을 미리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길 루리아 DA 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우려는 단순히 엔비디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고객사들의 재무 건전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만약 실제 AI 서비스에 대한 최종 수요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면, 연쇄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업계 리더들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금의 열광에 비이성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기술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투자”라고 방어했고, 리사 수 AMD CEO 역시 “기술의 힘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거품을 걱정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과잉 투자보다 위험한 것은 과소 투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금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영영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거품 논란을 압도하며 시장을 여전히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하은 (Lee Ha-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