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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여가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현장메모] 여가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 이승현
  • 승인 2019.04.08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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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가 지난달 29일 배포한 보도자료(사진=여가부 보도자료 캡처)

여성가족부가 오픈채팅방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여가부가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최근 여가부의 발표에 대해 ‘정부의 민간인 사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의 시작’이라는 등의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운동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여성인권 신장의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과연 여가부가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여가부는 ‘버닝썬 사건’ 이후 지난달 29일 5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된 단체 오픈채팅방 등에 대해 집중 점검단속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촬영물 유포와 불법정보 유통 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여가부의 취지다.

여가부의 본래 취지와 상관없이 이러한 단속은 개인의 사생활과 헌법상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관련업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검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에서는 지난 2일 “모든 오픈채팅방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촬영물이 집중 공유되는 오픈 채팅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가부의 해명에 따르자면 더욱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몰카 동영상 등으로 논란이 된 채팅방들은 대개 소위 ‘빨간방’이라 불리는 비공개 운영 채팅방이기 때문이다. 정준영, 승리, 로이킴 등 연예인들이 연루되며 수면 위로 올라온 ‘빨간방’은 인증 절차를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리벤지 포르노, 성폭행 영상 등 불법 영상이 다수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가부는 회사 정책 등으로 비공개 채팅방을 제외한 인증 절차나 비밀번호가 없는 일반 오픈 채팅방에 대해서만 단속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실효성마저 없어보이는 여가부의 ‘반쪽짜리 단속’은 진정 범죄를 차단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그 의도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의구심은 지난 1일 여가부가 인터넷 개인방송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더욱 커진다. 여가부는 개인방송 플랫폼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여성혐오 등 성차별적 요소에 집중해 여성혐오를 막고 성평등의 일환으로 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가부는 이를 위해 3억5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세부 기준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실시되고 있다. 굳이 여가부까지 나서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또 다른 검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여가부의 모니터링의 기준이 되는 것은 최근 걸그룹 외모 통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다. 지난 2월 여가부는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배포하며 아이돌 그룹에 대해한 외모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필요한 토론 프로그램 등에도 남녀 출연자 비율을 정하려 해 문제가 됐다.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논란이 되자 여가부는 지난 2월 19일 방송 제작에 대한 규제 의도가 없다며 입장 발표를 했다(사진=여가부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 대한 추가 설명 보도자료 캡처)

여가부는 이외에도 초중고에 지난달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발간해 남성혐오를 조장하고 성갈등을 부추겼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가부가 예시로 든 노벨상 물리학자 중 여성 수상자 비율에 대해 “스웨덴과 외교 분쟁까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펼쳤다.

아이돌보미 서비스 등 가족과 청소년 지원 예산이 늘면서 올해 여가부에 편성된 정부 예산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지난달 일어난 정부 파견 아이돌보미의 아동 학대 사건을 보자면 여가부가 여성과 아이를 위해 제대로 예산을 쓰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런 상황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사진=여가부 홈페이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사진=여가부 홈페이지)

여가부의 폐지를 주장하는 네티즌에 대해 진선미 여가부장관은 자신의 SNS에 “여가부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다”라고 답했다. 여가부는 자신들이 펼친 정책이 아동과 여성·노인을 위한 생명줄로서 제 기능을 하는지, 또 여성인권을 위한 정책이 맞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FOURSTER 이승현 기자 lolsh@4s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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