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7-10 14:57 (수)
[단독] 전병헌 "e스포츠를 아느냐" 압력
[단독] 전병헌 "e스포츠를 아느냐" 압력
  • 이승현
  • 승인 2019.02.25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병헌 1심 판결 분석-①] 전병헌과 롯데홈쇼핑
사진=전병헌 전 정무수석 공식SNS
사진=전병헌 전 정무수석 공식 SNS

법원이 전병헌 전 정무수석과 전 수석의 윤모 전 비서관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특히 전 전 수석과 윤 전 비서관은 롯데홈쇼핑 방송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뇌물을 공여받는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25일 포스터가 입수한 전 전 수석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윤 전 비서관은 롯데홈쇼핑에 대한 방송재승인 통과 심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2015년 4월 30일부터 5월 12일까지 미래부를 상대로 롯데홈쇼핑 방송재승인 관련 자료 일체를 포함한 총 36건의 자료제출을 요구하면서 미래부를 압박했다.

윤 전 비서관은 5월 13일 미래부의 ‘의원실 관리 요청’을 받고 찾아온 전 모 롯데홈쇼핑 대외협력부문장에게 전 전 수석이 운영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한 금전 제공 등 e스포츠에 대한 후원을 요구했다. 그 후 전 부문장 등은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에게 "사장님이 전병헌 의원을 만나서 롯데홈쇼핑이 협회를 후원한다고 말을 하면 재승인 부분이 정리가 될 것입니다"라고 보고를 올렸다.

윤 전 비서관과 전 부문장이 약속을 정한 이후인 5월 20일 당시 국회대로 모 카페에서 전 전 수석과 강 전 대표의 만남이 이뤄졌다. 강 전 대표는 전 전 수석에게 “의원님, 저희 회사 문제로 말썽을 일으켜서 미안합니다. 우리도 많이 반성하고 있고 제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썽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경영투명성 위원회와 같은 감시단체도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전 전 수석은 “홈쇼핑 업체를 벌주려고 방송법을 개정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잘 하라고 만든 것이니, 앞으로 잘하라”고 답했다.

이에 강 전 대표는 “e스포츠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라고 물어보며 전 전 수석의 의사를 파악했다. 전 전 수석은 강 전 대표에게 “e스포츠를 아느냐, 챙겨보느냐?”고 물었고, 강 전 대표는 “e스포츠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챙겨보겠습니다”라고 답하며 e스포츠 후원의사를 전달했다.

후원금액에 관한 합의과정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초 윤 비서관이 요구한 금액은 ‘대회 후원 1억원, e스포츠팀 네이밍 스폰서 연간 8~10억원’이었다. 롯데홈쇼핑 측이 금액을 낮춰달라고 부탁한 끝에 후원 금액은 3억원으로 합의됐다.

결국 롯데홈쇼핑은 KeSPA에 KeSPA컵 시즌2 후원 명목으로 3억원을 후원을 약속했고, 전 전 수석 측은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에 대한 문제 제기 및 미래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윤 전 비서관이 KeSPA의 서모 전략사업국장과 공모해 한국e스포츠협회의 후원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비서관은 서 전 국장에게 ‘그나저나 SK 1억 KT 1억 + 롯데 꽂히면 난 얼마 받아야됨??’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외에도 윤 전 비서관과 서 전 국장은 한화 등 기업들을 거론했고, 윤 전 비서관은 '내 개인기임 30프로 ㄱㄱ', '롯데꺼에 대한 33.333% 지급하셈' 등 후원금의 일부를 '성과금'으로 달라는 말을 했다.

 

판결문에 기재된 메시지 재구성(좌측=윤 씨, 우측=서 씨)
판결문 메시지 재구성(좌측=윤 비서관 우측=서 KeSPA 전략사업국장)(정리=이승현 기자)

지난 21일 1심 재판부는 전 전 수석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으로 징역 5년을 선고했고, 벌금 3억5000만원과 2억5000만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또 윤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같은 법 위반으로 징역 5년을 선고했고, 벌금 5억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전 전 수석에 대해 "피고인은 당시 미방위 소속 위원으로서 소관 부처인 미래부의 방송재승인 관련 업무를 감시·통제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윤 전 비서관과 공모했다"며 "이러한 범행은 국회의원의 직무에 대한 공정성·청렴성·불가매수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봤다.

아울러 "롯데홈쇼핑의 방송 재승인 문제 관련 청탁과 KeSPA컵 개최에 3억원이 후원된다는 사정을 공유했다고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강 전 대표를 만나 후원 의사를 확인한 점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비서관으로서 자료제출 요구 등 직무상 권한을 무기로 기업들을 압박하여 KeSPA에 거액을 후원하게 했다"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 기업들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승현 기자 lolsh@4ster.kr

FOURSTER 이승현 기자 l lolsh@4ster.kr 이승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