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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게임 규칙 보호하면 신작 못 만든다”
[특집] “게임 규칙 보호하면 신작 못 만든다”
  • 변인호
  • 승인 2019.04.12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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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저작권-③] 피고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입장

“게임 규칙이나 선택, 결합, 배열이 퓨전되어 하나의 게임 규칙이 되어 왔다. 그것을 가지고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후행자(後行者)가 게임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포레스트 매니아(사진=대법원)
포레스트 매니아(사진=대법원)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쓰는 표현”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게임 규칙들의 조합’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으로 판단할지 여부에 따라 게임개발 관행과 실무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호 법정에서 모바일 게임 '팜히어로 사가'를 개발한 킹닷컴(원고)이 '포레스트 매니아'의 국내 퍼블리싱(유통)을 맡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피고)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등 청구사건에 대한 소부 변론을 진행했다.

‘포레스트 매니아’를 퍼블리싱한 피고 측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원고와 1, 2심 모두 시각적 디자인이 상당히 다르다는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며 “3개 이상의 타일을 매칭해 점수를 얻는 ‘매치3게임’은 1994년, 2001년부터 계속 개발되어 왔고, 수천개의 게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원고가 보호를 구하는 대상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법무법인 태평양은 “원고 게임의 규칙 및 조합은 차별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기존 게임에 반영된 보너스 규칙은 많은 게임에서 구현하고 있던 규칙이라는 점과 원고 게임에는 없지만 피고 게임에 있는 ‘치료와 해방 규칙’, ‘파이프라인’, ‘두더지 규칙’ 등을 예로 들었다.

또 “두 게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며 “원고의 디자인도 다른 게임에 존재하는 것이고, 길 위에 숫자를 나타내는 것은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형적인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부루마불-모두의마블’과 비슷”

이와 함께 피고 측 대리인은 이번 사건이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기각했던 ‘모두의마블’ 사건(서울고법 2018. 4. 26. 선고 2017나2064157 판결)과도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아이피플스는 넷마블의 ‘모두의마블’이 자사 모바일게임 '부루마불'을 도용했다며 저작권 위반·부정경쟁행위 소를 제기했다.

아이피플스는 씨앗사가 1982년에 출시한 보드 게임이 원작인 부루마불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모바일게임 부루마불을 출시했다. 하지만 넷마블이 2013년 모두의 마블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면서 부루마불 매출이 급감하자 넷마블을 상대로 5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넷마블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보드게임 ‘부루마불’은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으로부터 통행료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게임을 마칠 때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인데, 이러한 게임의 기본적인 구성은 미국의 엘리자베스 메기(Elizabeth Magie)의 1902년 ‘지주놀이(Landlord's Game)’에서 처음 채택된 이래 파커 브라더스(Parker Brothers)의 1935년 ‘모노폴리(Monopoly)’ 등 부동산 거래 보드게임에 공통적 또는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형식에 해당하여 ‘부루마불’ 만의 창작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특히 게임의 규칙이나 표현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의 구성에 관해 “게임은 게임규칙,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게임 맵의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고, 이러한 요소들이 일정한 의도나 방침에 따라 선택되고 배열됨으로써 다른 게임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나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면서도 “원고(아이피플스)가 주장하는 규칙이나 표현의 선택, 배열 및 조합은 대부분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는 사상의 영역에 해당하거나, 기존 보드게임의 변형의 선택, 배열 및 조합에 불과하여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른 요소들도 규칙을 따르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거나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형식, 누가 하더라도 같거니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형식 등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후행자 시장 진출해야 문화발전에 도움”

이에 원고 측 대리인은 ‘짝’ 사건(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을 들고 나왔다. ‘짝’ 사건은 예능프로그램의 요체라 할 수 있는 ‘포맷(format)’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지에 대해서 나라마다 통일된 입장이 없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포맷에 대한 법적 보호를 인정하는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창작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 각각의 창작성 외에도 이러한 개별 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나 방침에 따라 선택되고 배열됨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우러져 그 프로그램 자체가 다른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고려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피고 측 대리인은 “외부로 보이는 시각적 디자인, 화면 구성, 캐릭터의 모양, 배경이나 색의 위치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대상”이라며 “게임의 규칙과 그 조합은 아이디어의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피고 측 대리인은 최종변론에서 “저작권법은 이용자 보호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게임 업계는 창작에 방점을 두고 게임의 발전이 이뤄져 왔다. 게임 규칙이나 선택, 결합, 배열이 퓨전되어 하나의 게임 규칙이 되어 왔는데, 그것을 가지고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후행자가 게임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며 “원고는 이미 상당 부분 개발비를 회수하고 어마어마한 이익을 수거했다. 특허권 같은 권리도 20년이라는 기한이 있는데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았다면 후행자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문화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한 게임사 관계자는 “레벨 디자인이 ‘매치3게임’의 핵심이고 다른 ‘매치3게임’과 차별화 포인트로 매출과도 직결되는 것은 맞지만, 완전히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면 저작권으로 보호받긴 힘들 것 같다”며 “레벨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표절한 것 같아 괘씸할 수 있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표절 당했다는 것도 여기저기서 가져온 부분들의 조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른 산업도 그렇지만 게임 업계에서 만약 롤플레잉 게임에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면 다른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그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레벨 디자인을 창작물로 보긴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FOURSTER 변인호 기자 jubar@4s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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